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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공사비의 최대 30%까지 하자보수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집을 다 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 빨리 입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데, 잔금을 치르기 전에 이 구조를 미리 알았더라면 협상 테이블이 달라졌을 겁니다.

하자담보책임, 시공사가 "건축주 요청이었다"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이유
전원주택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뒤늦게 이해한 개념이 하자담보책임이었습니다. 하자담보책임이란 완성된 건물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시공사(수급인)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보수 또는 배상 의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이 완성된 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지었으니 내가 책임진다"는 원칙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건축주가 특정 방식으로 지어달라고 요청했고 그 요청대로 지었다면, 하자가 생겨도 시공사 책임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2016년 8월 18일 판결(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은 이 오해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시공사가 건축주의 지시가 구조적·기술적으로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건축주에게 고지하지 않고 그대로 시공했다면, 하자의 원인이 건축주 지시에 기인했더라도 하자담보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제가 직접 공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시공사는 전문가이고 건축주는 비전문가라는 구조적 비대칭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건축주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는 말 한마디가 책임 회피의 논리로 쓰이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걸, 주변 사례들을 접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판례는 바로 그 논리에 제동을 거는 내용입니다.
- 건축주 지시에 따른 시공이었더라도, 시공사가 문제를 알고 묵인했다면 하자담보책임 면책 불가
- 시공사는 전문가로서 부적당한 지시에 대해 최소한 고지 의무를 가짐
- 분쟁 시 "건축주 요청"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 가능
잔금 전략, 하자보수 비용만큼 쥐고 있어도 된다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의 경우, 하자보수 보증은 공사금액의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하자보수 보증이란 시공사가 완공 후 일정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보수 비용을 보장받는 제도로, 보증보험사에 보증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집에서 30% 보증을 받으려면, 시공사가 그 90%에 해당하는 2,700만 원을 보증보험사에 예치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자이행보증증권의 기본 구조입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실내건축(인테리어) 분야에서 건축주가 잔금 지급 전 하자 내역을 확인하고, 하자 보수에 필요한 비용만큼 잔금에서 제외하고 나머지만 지급해도 된다는 표준계약서를 발표했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이전까지는 "잔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서 하자 보상을 받으라"는 법원 판단이 적지 않았는데, 이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솔직히 저도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빨리 입주하고 싶어서 이런 구조를 꼼꼼하게 따지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공사 막바지에는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지쳐있고, 기대감도 크고, 시공사와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도 피하고 싶어서 그냥 넘어가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놓친 것들이 결국 나중에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하자 보수 비용을 잔금에서 제외하는 전략은 악용이 아닙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하자가 있고, 시공사가 보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그 보수 예상 비용만큼만 남겨두는 겁니다. 다만 이것을 근거 없이 활용하는 건축주가 생기면 선의의 시공사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에, 명확한 하자 내역과 제삼자 견적서를 근거로 움직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손해배상의 범위,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하자 소송에서 시공사 측이 가장 자주 쓰는 공격 논리는 "청구 금액이 과다하다"는 것입니다. 2억 5천만 원짜리 공사에서 수천만 원 수준의 하자보수 청구를 하면, 원래 계약된 하자담보 비율(5~10%)을 훨씬 초과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제가 관련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이 논리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이는지 알게 됐을 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도 명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도급 계약에서 완성된 목적물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비록 하자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필요하더라도 실제 보수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손해배상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도급 계약이란 한쪽이 일정한 일을 완성하기로 약속하고 다른 쪽이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으로, 건축 공사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판례는 중대한 하자로 인해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고 보수가 불가능해 재건축이 불가피한 경우, 철거 비용과 재건축 비용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강한 보호 장치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철거 비용은 일반적으로 단순 인테리어 철거만 해도 수천만 원대인 경우가 많은데, 건물 전체 철거라면 공사비를 넘어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판례를 적용받으려면 '중대한 하자'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구조 감정 같은 전문적 절차가 수반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 하자 소송을 진행 중인 사례들을 보면, 변호사 선임 시점과 증거 확보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더라고요. 처음부터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원주택 하자보수 보증, 꼭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나요?
A. 반드시 명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자이행보증증권의 보증 기간, 보증 금액, 보수 절차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구두로 합의했다"는 말만 남게 됩니다. 계약 단계에서 이 내용이 빠져 있다면, 시공 시작 전에 별도 약정서로라도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잔금을 안 주면 시공사가 소송을 걸 수 있지 않나요?
A. 근거 없이 잔금을 전액 미지급하면 시공사 측에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하자 보수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그 이유를 명확히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남겨두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고, 제3자 견적서를 확보해두면 법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협상이 가능합니다.
Q. 건축주 요청으로 지은 부분에서 하자가 나면 어떻게 되나요?
A. 건축주의 요청이었더라도 시공사가 그 요청이 기술적으로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고지하지 않았다면 하자담보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다만 시공사가 "건축주가 지시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기록, 즉 당시 소통 내역, 도면 변경 이력 등이 있어야 대응이 수월해집니다.
Q. 하자 소송 중 변호사를 교체해도 괜찮을까요?
A.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선택입니다. 실제로 건축 하자 분쟁 사례를 여럿 보면 1심과 항소심 사이에 변호사를 교체한 뒤 대법원 판례를 적극 인용해 논리가 강화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건축 하자 분쟁에 실전 경험이 있는 변호사인지, 관련 판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집은 완성되는 날이 끝이 아니라, 그날부터 긴 시간을 함께할 공간입니다. 제가 전원주택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좋은 자재나 예쁜 설계보다,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근거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자담보책임, 하자이행보증증권,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대법원 판례까지 — 이 모든 것은 건축주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장치들입니다. 다만 이 장치들은 스스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명시하고, 공사 과정을 기록하고, 잔금 직전에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을 직접 챙겨야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저처럼 나중에야 알게 되어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뒤늦게 공부하는 것보다, 착공 전에 이 구조를 이해해 두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