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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덩굴장미를 사서 심기만 하면 알아서 벽을 타고 올라가는 줄 알았습니다. 구조물까지 설치하고 기다렸는데, 장미는 몇 달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장미의 기본 성질을 전혀 몰랐던 겁니다. 덩굴장미를 제대로 키우려면 수형잡기, 가지치기, 햇빛 세 가지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직접 겪으며 배운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수형잡기 — 가지를 눕혀야 꽃이 핀다
처음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장미가 수직으로 쭉 올라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가지는 어느 높이에서 멈춰버렸고, 꽃은 고사하고 새 눈도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게 다 수형(樹形) — 나무의 뼈대가 되는 가지의 생김새와 방향 — 을 잘못 잡아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수형이란 가지가 뻗어나가는 전체적인 구조와 방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나무의 골격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는 것입니다.
덩굴장미의 가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굵게 뻗어나가는 주가지(主枝)와, 거기서 옆으로 자라나오는 곁가지입니다. 중요한 건 꽃은 주가지가 아니라 곁가지에서 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주가지가 수직으로 서 있을 때보다 옆으로 누워 있을 때 곁가지가 훨씬 더 많이 나옵니다. 직접 확인해보니 수직으로 선 가지를 보면 눈(芽) — 새 가지가 돋아나는 돌기 —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눈이 없으면 곁가지도 없고, 곁가지가 없으면 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벽을 타고 위로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직 구간에서는 가지가 꺾이지 않을 정도로 살살 지그재그 방향으로 고정해주고, 어느 높이 이상에서는 옆으로 길게 뻗어나가도록 유도해주면 됩니다. 오벨리스크처럼 세로로 긴 구조물에 키운다면 주가지를 나선형으로 감아 올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저도 실패 이후에 이 방법으로 다시 시도했고, 그때야 비로소 가지가 제대로 뻗기 시작했습니다.
장미 가시가 아래를 향해 살짝 휘어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갈고리처럼 생긴 가시는 주변 물체에 걸쳐 스스로를 고정하기 위한 구조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덩굴장미는 이 가시로 다른 나무나 바위에 걸리면서 점점 멀리 뻗어나가고, 더 넓은 지역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립니다. 지지대가 없으면 자라지 않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 주가지(主枝)는 꽃이 피지 않는 뼈대 가지, 곁가지에서 꽃이 핀다
- 주가지가 누워 있을수록 눈(芽)이 많이 생기고 곁가지·꽃도 늘어난다
- 수직 구간은 지그재그로, 상단부는 옆으로 뻗도록 끈으로 고정한다
- 오벨리스크에는 주가지를 나선형으로 감아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 지지대 없이 허공에 두면 가지는 스스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가지치기 — 자를수록 건강해진다
저도 처음엔 "저렇게 싹둑 자르면 내년에 꽃이 피기나 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거의 손을 대지 않았는데,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가지가 무성하게 엉키더니 통풍이 안 되고, 급기야 벌집까지 생겼습니다. 벌에 쏘여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바람에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정원사가 됐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가지치기는 무조건 제때 한다는 게 저의 원칙이 됐습니다.
가지치기에서 핵심은 솎아내기(間引き)입니다. 여기서 솎아내기란 빽빽하게 들어선 가지들 중 불필요한 것을 뿌리 가까이에서 통째로 제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중간을 잘라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통풍 효과도 큽니다. 일반적으로 가지를 중간에서 자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과감하게 속아주기 방식으로 불필요한 가지를 없애는 쪽이 실제로 훨씬 효과가 좋았습니다.
곁가지를 다듬을 때는 10~15cm 정도 남기고 자릅니다. 이때 눈(芽)의 방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가지를 뻗게 하고 싶은 방향에 눈이 있는 위치 바로 위에서 잘라야, 그 눈에서 새 가지가 나와 꽃을 피우게 됩니다. 반대 방향 눈 위에서 자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가 자라서 나중에 또 정리해야 합니다.
주가지는 보통 4년이 넘으면 노화가 진행됩니다. 노화된 가지는 곁가지를 잘 내지 못하고, 쉽게 썩기도 합니다. 대신 매년 여름 즈음 혈기 왕성한 새 주가지 후보들이 올라오는데, 그중 가장 튼실한 것 한두 개를 골라서 다음 세대 주가지로 키워주면 됩니다. 선택받지 못한 새순은 영양분을 분산시키므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 정원에서도 솎아주기를 게을리했을 때 여름 고온에 식물이 물러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 이 과정을 건너뛴 탓이었습니다.
햇빛 — 통풍보다 훨씬 중요한 조건
전원주택을 알아보면서 수백 장의 사진을 봤습니다. 그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집은 가장 크거나 비싼 집이 아니었습니다. 나무 울타리를 따라 장미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피어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 사진 하나가 지금 제가 정원을 가꾸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미를 심어보니 위치 선정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장미는 양수(陽樹) —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제대로 자라는 식물 — 입니다. 여기서 양수란 광합성에 필요한 일조량이 많은 환경에서만 건강하게 자라는 수목을 뜻합니다.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드는 장소가 기본 조건입니다(출처: RHS(영국 왕립원예학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얼마나 간과되기 쉬운지 실감했습니다. 건물 외벽 가까이 심으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았는데, 알고 보니 그 위치는 오후 내내 건물 그늘이 지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기초 공사 때 쓴 시멘트 잔여물이 토양에 남아 있어서 pH가 높아진 상태였고, 장미가 선호하는 약산성 토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장미는 결국 살아는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통풍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햇빛보다 훨씬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바람이 잘 통해도 그늘에서 자라는 장미는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했습니다. 반면 햇빛이 충분하면 어느 정도 빽빽하게 자라도 꽃은 핍니다. 가지치기로 수형을 잡아 햇빛이 잎 하나하나까지 닿게 해주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미국장미협회(American Rose Society)도 장미 재배의 첫 번째 조건으로 하루 6시간 이상의 직사광선을 꼽고 있습니다.
울타리 안쪽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해가 드는 방향으로 가지를 유도해주면 덩굴장미는 몇 년 안에 울타리 자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바꿔줍니다. 처음에는 작은 묘목 한 그루지만, 시간이 지나면 집을 감싸는 풍경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덩굴장미가 심었는데 안 자라는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흔한 이유는 지지대 없이 허공에 두었거나, 그늘진 곳에 심었기 때문입니다. 장미는 가지를 고정할 무언가가 없으면 스스로 더 이상 길게 뻗지 않습니다. 또 양수(陽樹)인 장미는 하루 6시간 이상 햇빛이 드는 곳이 아니면 성장이 눈에 띄게 더뎌집니다. 건물 기초 주변처럼 시멘트 잔여물이 남은 토양도 성장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심기 전에 위치와 토양 상태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덩굴장미 가지치기를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가지가 무성하게 엉켜 통풍이 막히고, 병충해와 벌레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몇 해 손을 놓았더니 가지 속에 벌집까지 생겨서 혼쭐이 났습니다. 매년 가지치기를 해줘야 장미가 건강하고 꽃도 많이 핍니다. 자르면 꽃이 안 필까 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Q. 주가지를 몇 년마다 교체해야 하나요?
A. 보통 4년 이상 된 주가지는 노화가 시작되어 곁가지를 잘 내지 못하고 쉽게 썩기도 합니다. 매년 여름에 새로운 주가지 후보들이 올라오는데, 그중 가장 튼실한 것 한두 개를 골라 새 주가지로 키워주시면 됩니다. 선택한 것 외의 새순은 영양분을 분산시키므로 과감하게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오벨리스크에 덩굴장미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A. 오벨리스크에는 주가지를 나선형으로 감아 올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주가지가 최대한 기울어진 상태로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게 하면, 가지가 눕는 각도가 생겨 곁가지가 많이 나오고 꽃도 풍성해집니다.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천천히 유도하며 끈으로 고정해주시면 됩니다.
결론
덩굴장미는 심어두고 기다리는 식물이 아닙니다. 수형을 잡아주고, 매년 가지치기를 해주고, 해가 드는 자리를 골라주어야 비로소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처럼 "알아서 자라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지금이라도 가지 방향과 자리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전원주택 정원을 계획하고 있다면 장미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큰 식물도 드뭅니다. 처음 몇 년은 손이 많이 가지만, 울타리를 가득 채운 꽃을 보는 날이 오면 "잘 심었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저도 그 날을 기다리며 올해도 가지치기 가위를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